난아- 유엔(UN)에서 일하다 (2) Development |

UNDP GSB는 확실히 UN이라는 국제기구 내에서 여러 모로 매우 다른 사고방식과 문화를 가지고 움직이는 특이한 동물이다.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은 여전히 Poverty reduction이지만 그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방법이 다르다. Private sector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투자 파트너쉽 결성을 촉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영컨설턴트나 벤처 캐피탈리스트였던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고 Summer Associate도 MBA학생들을 주로 뽑는다. 이번에도 같이 트레이닝 받은 동료들도 거의 Top 5 비즈니스 스쿨 학생들이거나 이미 비즈니스 백그라운드가 있는 top 3 public policy/IR school 학생들 밖에 없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private sector는 공공 및 비영리 부문 사람들에게는 탐욕스럽고 착취적이고 따라서 법과 정책을 통해 규제해야할 "적"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이런 생각이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첫째, 전반적으로 민간 분야가 가지고 있는 힘과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 뭘 하려고 해도 이들을 무시할 수가 없고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인들의 사는 모습을 바꾼 예들을 보면 그 어느 정부보다 이 기업들의 힘이 훨씬 컸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돈과 스킬, 경험, 그리고 인재가 private sector에 의해 점점 독식되어 가는 경향이 있어서 private sector가 없이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개발이 어렵고, 셋째, 게다가 개발도상국들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물품 및 서비스 공급의 대부분이 사실상 private sector에 의해 담당되어 왔기 때문에 poverty reduction에 있어서 이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정부가 돈과 힘이 없고 부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정부가 이런 사람들의 복지를 담당할 힘이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private sector 사람들을 UN에서 받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관료주의적이고 비효율적인 UN시스템을 개선해나가기 위해서가 대부분이었지만, 위에서 말한 세가지 이유로 이제는 어떻게 하면 private sector를 발전시키고 건전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개발 분야 문제의 해결과 연결시킬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비즈니스와 social sector의 연결 추세 - Social Entrepreneurship, Bottom of Pyramid (BOP) 비즈니스 모델 등- 또한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은행에서 IFC(국제금융공사)가 pro-poor 투자 프로젝트를 직접 발굴 및 투자하는 IB/PE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UN에서는 UNDP GSB가 벤처캐피탈리스트 펌처럼 deal sourcing을 하고 파트너들을 모아서 투자를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런 새로운 이니셔티브들이 생겨나다보니 요새는 국제기구 가려면 전통적인 엘리트 트랙인 경제학 PhD를 하든지 그럴 게 아니면 그냥 정책학이나 국제관계학 쪽 석사를 하는 것보다는 private sector 백그라운드를 갖는 게 더 낫다고들 하기도 한다.

컨설팅/IB/VC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보니 확실히 일하는 게 공공 부문하고 다르긴 한 것 같다. 이틀에 걸친 트레이닝도 주말에 있었을 뿐 아니라 (국제기구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 9시부터 6시까지 아주 빡빡하고...게다가 어싸인먼트도 각 country office로 가서 country diagnostics를 하고 주요 개발 니즈를 scan한 다음에 투자할 만한 프로젝트 딜을 1-2개 발굴해서 파트너쉽 scheme을 만들고 주요 stakeholder들과 대화를 진행시키는 것까지이니까, 8-10주라는 기간에 비해 상당히 넓은 scope에 큰 responsibility다.

트레이닝 전날 디너를 하면서 프로그램 헤드인 Sanjay가 지금까지 3년 정도에 걸쳐서 GSB를 이끌면서 배운 주요 learning 5가지를 share했다.

1. There's no panacea for every problem in every country - do not ever think that you can get by dumping a cookie-cutter solution from somewhere else! (모든 나라의 모든 문제에 맞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 다른 데서 쓴 솔루션을 갖다 그냥 쓸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 컨설팅 회사에서도 늘 뼈저리게 경험하던 것인데다 학교에서도 Dani Rodrick 교수가 맨날 주장하던 바이다.

2. Be experimental and innovative, e.g., try to change the policy framework if necessary, rather than be trapped in the existing one. (실험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예, 정부정책이 문제면 그 안에서 갇혀서 헤매지 말고 정책 자체를 바꾸는 것도 생각해봐라.) : 이것도 마찬가지. 그러나 UNDP는 국제기구로서 클라이언트가 한 나라의 정부이기 때문에  때때로 정책도 바꿀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니까 더 innovative하게 생각하란 이야기.

3. Finance is critical (재정문제 해결은 성공의 열쇠다.) : 세상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특히나 resource가 적은 공공부문에서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4. Keep a close eye on the ground - listen to the local people as much as possible. (현장의 소리를 들어라) : 역시 컨설팅 회사에서 늘 뼈저리게 느끼던 부분이며, 요새 development 분야에서의 공통적인 프로젝트 진행 방향이기도 하다.

5. Leverage UNDP's global knowledge of best practices - somebody must have already thought about it and done something about it.  Do not try to invent a wheel. (UNDP의 글로벌 지식 베이스를 활용해라- 누군가는 예전에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뭔가를 시도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걸 처음부터 새로하려고 하지 마라) : 컨설팅 회사의 core competency가 이거였으니, 역시 당연히 늘 가슴깊이 새겨두던 이야기.

처음 듣는 얘기는 하나도 없다. 나라와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일을 잘 하는 방법, 일이 되게 만드는 방법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obvious한 것들이라도 그런 것들을 아는 것과 "깨닫는" 것, 그리고 "실천하는" 것은 다 다른 얘기니까. 남들이 이미 알고 깨닫기까지 한 거니까 나는 처음부터 잘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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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버닝 2006/07/23 01:20 # 삭제 답글

    국제기구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다음 카페에 자주 들르는데 링크 타고 왔습니다. 평소 때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명쾌하게 글로 읽으니 참 상쾌합니다. 좋은 소식 앞으로도 많이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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