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유누스 박사 Development |

Dr.Muhammad Yunus가 이웃 학교에 와서 한시간 동안 연설을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우리 클래스 애들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택시를 타고 달려갔고, 각 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들까지도 몰려와서 넓은 강당에 사람이 가득 찼다. Dr.Yunus와 Grameen Bank의 명성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늘 Dean은 그를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제학자' 일거라고 소개했다. 이미 그는 Social Enterpreneurship의 전설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느릿느릿한 말투로 약 한시간동안 어떻게 Microfinance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신념, 그리고 Brilliance와 따뜻한 인품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당장 1페니가 없어서 먹을 게 없어 죽어가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고상한 경제학 이론을 가르치는 게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Dr. Yunus. 너무 가난해서 은행들이 상대하지 않는, 그래서 아주 아주 적은 금액의 돈에 대한 액세스조차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는 돈을 빌려주고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5백만명 (그 중의 96%가 여자다)의 사람들이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빌려주는 돈이래 봤자 몇 달러에서 많아야 백달러 정도 밖에 안되는데,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 적은 돈도 없어 아예 시작 자체를 못했던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일단 처음 시작할 자본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처음부터 무슨 대단한 야심을 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작은 한 마을을 대상으로 시작한 게 계속적인 성공을 거두어 지금처럼 신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저께의 북한 포럼, 그리고 어저께의 케이스 워크샵에서도 계속 강조된 기본 원칙 중의 하나는 “Start small”이었다. 오늘 Dr. Yunus도 똑같은 것을 강조했다. Think big, but start small- 정말 세상의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핵심 원칙이 아닐까.

요새 Social Entrepreneurship은 가장 "hot"한 토픽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로 몰려들고 있다. 마치 닷컴 붐 같다는 말들도 한다. 한편으로 참 신나는 일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저 한 때의 유행(fad)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좀 불안하고 씁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Dr.Yunus는 Social Entrepreneurship의 대단한 지지자이고, 아마도 지금의 열풍과 같은 현상을 무척 반길 것이다. 오늘 그가 한 마지막 말도 "Social Business can be a solution to many critical issues in today's world"였다. 그의 생각에 관심이 있다면 Grameen Bank 웹사이트에 있는 그의 글 "Social Business Entrepreneurs are the Solution" 을 읽어보길.  오늘 마지막 몇 분 동안 했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라고 한국어로 그에 관한 책도 번역되어 나와 있으니까 책을 봐도 될 것이다.

Dr.Yunus와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에 정말 "Difference"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Leader나 Entrepreneur라는 말이 너무너무 흔하게 쓰여서 듣기도 지겨워졌지만, 정말 진정한 Leader는, 정말 진정한 Entrepreneur는 자기가 그런 부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엔 거의 없는 것 같다.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오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200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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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arlowe 2006/08/10 11:19 # 답글

    물방울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만들 듯,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결국 세상을 바꾸나 봅니다.
  • 버닝 2006/08/10 13:24 # 삭제 답글

    enterpreneur라는 단어는 정말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말 이 단어를 붙일 만한 사람의 수는 흘러다니는 이 단어를 듣는 횟수보다는 훨씩 적죠.
    하지만 Dr.Yunus는 정말 저 단어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을 바꾸는 힘의 시작은 역시 작은 출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 저공비행사 2006/08/11 00:31 # 답글

    아 그렇군요. 경제학은 잼병이라.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소자본으로 창업할수 있도록 대출해주고 뭐 그런것도 저런것에 들어가는건가요..? 갑자기 궁금..
  • 난아 2006/08/11 01:45 # 답글

    저공비행사님, Microfinance는 은행이 너무 가난해서 아예 상대안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건데요, 주로 하루에 3달러 미만으로 버는 사람들이예요. 이 사람들은 많은 경우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당연히 은행계좌도 없고 신용기록도 없고 담보할 물건도 없고 직업은 있는데 주로 행상이나 일용직이지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는 은행도 별로 없구요. 지점 세워봐야 돈이 안되니까요. 돈 있는 사람들은 마을 중심지에 있는 큰 지점에 가면 되겠지만 이 사람들은 그 지점에 갈 시간도 없고(일해야되니까요) 교통수단도 없구요.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자들이 행상하는 데 필요한 리어카 같은 걸 빌려주거나 거기에 필요한 돈을 대주면서 이자를 몇백프로씩 받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정보도 없으니까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도 잘 모르고 알아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그냥 고리대금업자들의 희생양이 되어왔죠.
  • 난아 2006/08/11 01:48 # 답글

    Microfinance는 이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까지 직접 가서 담보와 복잡한 서류요구 절차나 신용기록 없이도 소액을 빌려줍니다. 대신 여러명이 그룹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구요(안갚으면 다른 그룹원들이 돈을 빌릴 수 없죠) 그리고 1) 대출받은 돈은 소비가 아니라 수입을 창출하는 활동에 쓸 것 2) 수입의 일정금액을 저축할 것 3) 규칙적으로 갚을 것 등을 요구합니다. 이자율은 시중은행보다는 높지만(소액대출이고 직접 마을까지 가니까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고리대금업자들보다는 훨씬 낮죠. 그래서 기존에 은행들이 거들떠도 안봐서 고리대금업자들한테 착취당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런 microfinance 덕분에 쉽게 운용자본을 빌리고 더 이상 말도 안되는 이자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그 대신 덕분에 늘어난 수입을 더 사업을 크게 늘리는데 쓴다든지(리어카가 작은 거였으면 큰 거로 바꾼다든지요) 해서 더 수입도 늘어나구요 애들 학교 보내거나 가족들 약 사는데 쓴다든지 해서 삶의 질도 나아지구요 저축하는 습관도 생겨서 비상 자금도 생기고...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요.
  • 난아 2006/08/11 01:54 # 답글

    그런데 가장 중요한 효과는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열망할 기회를 준다는 것과 '대접받고 신뢰받는 고객'이 되는 경험을 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은행계좌도 없고 모든 정치사회경제생활에서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이니까요)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인도에서는 이제 시민으로서 의무도 할 수 있다면서 세금을 낼 수 있게 해달라고 주정부에 스스로 청원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전까지 은행들이 이 사람들에게 돈빌려주는 걸 기피하던 이유는 '너무 위험하다', '가난하니까 뭘 믿고 돈을 빌려주냐 분명 안갚을 거 아니냐', 그리고 '돈도 안된다'였는데, Yunus의 위대한 점은 이 편견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실증했다는 거지요. 99.8%의 회수율을 보였고(반면 대기업 금융이 얼마나 생각보다 회수율이 낮은지 모르실겁니다. 은행 컨설팅 프로젝트할 때 보고 기절하는줄 알았지요.) 수익성도 좋아서 지금은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유수 은행들이 이 비즈니스에 들어오려고 합니다.
  • 난아 2006/08/11 01:59 # 답글

    말씀하신 우리나라의 소액대출은 여전히 신용기록이나 담보나 co-signer가 필요하다면 Microfinance라기보다는 일반 개인대출 상품에 들어가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조건없는 농촌 여성 무담보 소액대출 같은 거라면 Microfinance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단, 정부기관이 하는 거라면 그냥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하나이지 Microfinance는 아니구요(Microfinance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해도 비즈니스로 운영되는거거든요. 그러니까 더 sustainable한 것이기도 하구요.)
  • BRANDON 2006/08/11 12:25 # 답글

    대단하네요. 동남아시아에 와보니 경제적 계층의 차이가 사용하는 화폐단위가 틀릴정도로 차이가 나더군요. 게다가 소수의 부자들 보다는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많은 상황이더군요. 이런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는 걸 보면 너무 크게 생각만하고 살아온게 아닌가 싶네요. 작은 시작이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근요 'Start small'
    새겨들어야할 말이네요. 작은 한걸음 부터 시작하는 자세 좋은거겠죠?
  • sonnet 2006/08/11 12:42 # 답글

    이슬람법(sharia)은 이자수취를 금지하고 있고, 그래서 Muhammad Bakir Al-Sadr같은 사람들이 이슬람은행 모델을 만들때 고심하곤 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군요.
  • 난아 2006/08/11 22:34 # 답글

    BRANDON님/ Plaza Indonesia에서는 정말 미국이랑 가격이 똑같거나 더 비싸서 매일 놀라요. 처음에는 꼭 '0' 하나를 뺀 가격을 지불하는 실수를 했었죠.
    sonnet님/ 일단 중동에서도 엄격하게 Sharia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고 아닌 사람들이 있는데요, Sharia를 엄격하게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이슬람식 대출 상품이 따로 있습니다. 명목상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그 이자만큼의 fee를 받거나, 은행이 아예 중간 상인 노릇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오토바이를 사고 싶어서 100만원을 빌려야 하면 은행한테 그렇게 말하면 은행이 100만원짜리 오토바이를 사다가 120만원에 이사람한테 팔지요. 이 사람은 120만원의 '오토바이 가격'을 은행에 빚진 거고 그걸 앞으로 갚아나가면 되죠. 이런 식으로 은행은 샤리아법을 지키면서 이자를 그대로 다 받습니다.) 따라서 중동에서조차도 이자수취는 사실상 다 하고 있구요, 중동 외 이슬람 국가는 엄격하게 sharia를 따르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대체로 이자수익 개념을 그대로 씁니다.
  • clytie 2006/08/12 02:19 # 답글

    아, 세상에... 이런분도 계셨군요. 이오공감 타고 들어와서 너무너무 좋은 이야기 듣고 갑니다.^^ 작은 것으로 시작하라는 말, 우린 많은 것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작은 것으로 시작하라는 말이 참 와닿네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clytie 2006/08/12 02:23 # 답글

    트랙백 해가겠습니다.^0^
  • 난아 2006/08/12 19:24 # 답글

    안녕하세요 clytie님 반가워요! 거대담론을 말하면서 자기자신이 중요하고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grandiose syndrome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Yunus 같은 예외가 더 인상깊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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