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진출을 위한 학교 진학- 2. 학부 전공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Development |

2. 학부 전공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국제기구를 꿈꾸는 사람들 중에 아직 학부 전공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요새는 어느 것이 더 취업에 유리하고 더 직접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될까에 따라 전공이든 동아리든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그리고 경험으로 증명된 사실은) 학부에서는 넓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지식과 경험을 쌓고 "정보를 효율적,효과적으로 습득하는 기술"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동시에 자신의 관심분야가 어디인지를 탐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2학년 때까지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그렇게 해서 세상과 본인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기본적인 스킬을 쌓은 뒤 그 다음부터 자신이 관심있는 커리어 분야가 생기면 그 때 가서 포커스를 좁혀가면서 보다 관련있는 경험들을 쌓아나가면 된다. 물론 고등학교 때 나는 변호사가 될거야, 의사가 될거야, 경영컨설턴트가 될거야(요새는 고등학생들도 이 직업을 안다고 한다!), 국제기구를 갈거야라고 확실한(?) 목표를 쌓은 뒤 거기에 올인하여 관련학과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때 확실히 안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겠으나, 문제는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 자신에게 available한 옵션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이고 정말 자기와 그 길이 맞는지를 테스트해볼 기회도 충분히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으로 그렇게 목표를 정하는 것이 premature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무 졸업 후 직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분야를 선택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일단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고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두루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다른 학과 수업 수강을 한다든지 동아리를 색다른 분야로 선택한다든지 해외에서 자원봉사활동이나 인턴쉽을 해본다든지 길은 많다). 특히 국제기구 진출은 대부분 석사 학위가 기본이므로 학부에서 무엇을 했든 석사 학위 취득은 거의 필수다. 그러므로 국제기구 취업과 연결되는 것은 석사 학위에서 무엇을 했냐이며 따라서 학부 전공보다 석사 전공 (그리고 아마도 직장 경력)이 더 중요하므로 학부 때 너무 전공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전혀 관련없는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했다).

그럼에도 "그래도 국제기구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더 되는 분야가 무엇일까요?"라고 한다면, 일단, 문과라면 비교적 넓은 분야를 다루고 다른 학문의 기본이 되는 거시적인 사회과학 학문을 선택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경제학, 사회학 등). 특히 일정 수준의 경제학 지식은 국제기구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되고 다른 분야에 취업할 때도 도움이 되므로 경제학을 학부에서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 전공이 아니더라도 경제원론은 반드시 수강하고 가능하다면 중급 수준의 미시, 거시 경제학까지는 듣는 것이 좋겠다. 전공 중에서도 국제기구를 가고 싶다는 바람에서 어문, 외교학, 법학, 지역학, 국제기구/NGO학을 전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주의를 주고 싶다.

1) 국제기구에서 어학 실력은 꼭 필요한 것이므로 어학 공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 다만 어문 전공으로 하는 것도 괜찮지만 어문만 전공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어문과 다른 사회과학을 이중전공하든지 부전공하든지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언어만 잘해서는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으므로 (반대로 다른 지식이 있고 언어가 약간 모자라면 translator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니까.)  참고로 어문 전공을 선택할 것이면 영어는 기본이니까 스페인어, 불어, 중국어 등 다른 유엔공용어나 관심있는 개발도상국의 언어를 영어와 같이 할 줄 알아야 플러스 요인이 된다. 

2) 외교학은 UN사무국에서 일할 것이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에 국제기구에서 하는 일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UN사무국에서 하는 일은 국제개발과 거의 관계가 없다). 따라서 학문적으로 국제기구에 대해 접근할 것이면 외교학, 국제정치학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제기구에서 실제로 일할 생각이면 별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 않으므로 국제기구로 가고 싶다고 굳이 이 분야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3) 의외로 학부에서 법학 전공을 하거나 로스쿨을 가면서 국제기구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법학은 공부해볼만한 분야이긴 하지만 국제기구에서 하는 일과는 역시 거리가 좀 있어서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주로 국제인권 분야와 국제무역(WTO) 쪽이 아니면 법학 전공으로 국제기구를 들어갈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고 그나마도 국제인권은 전공이 아예 별 상관이 없고 국제무역 쪽만 실제로 법학 전공을 요구하는 job들이 있는 형편이므로, 법학 전반에 원래 관심이 있으면 몰라도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유로 법학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4) 지역학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지역 (예를 들어, 아프리카, 동남아와 같은...)에 대해서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인데 석사 학위 취득에 생각이 없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학부에서 하기보다 대학원에 가서 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학부 때 지역학을 전공으로 하면 지역학이 너무 학제적이라 어느 한 분야에도 튼튼한 기초가 쌓이지 않는 것으로 비쳐서 유학 가기에 힘들고 게다가 그 지역 외에서의 기회는 잡기 힘들어서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는데 제한이 될수도 있다. 따라서, 부전공이나 이중전공으로 하면 자신을 차별화시키는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주전공으로 하는 것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5) 국제기구학과나 NGO학과와 같이 너무 범위가 좁은 전공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적어도 학부 수준에서는 가능한한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국제기구/NGO 자체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막상 그 안에서 하는 일들(경제정책 수립, 개발 프로젝트 수행 등)과 큰 관련이 없고 너무 vocational해서 유학 갈 때 어드미션 나오는 것도 쉽지 않고 혹시 다른 분야에 취업하게 될 때에도 불리한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관심을 가지는 차원에서 부전공이나 연계전공, 이중전공으로 하는 것은 좋지만, 주전공으로 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이공계라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되 국제기구와 특히 관련이 높은 분야에 원래 관심이 있다면 그런 분야를 택하는 것이 나중에 국제기구 지원할 때 아무래도 자리를 찾기가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예, 환경, 도시개발학 등). 단, 나중에 경제학으로 석/박사로 유학갈 생각이라면 크게 신경안써도 된다 - 요새 경제학이 하도 계량적인 스킬을 강조해서 오히려 학부에서 하드코어 이공계를 하면 (예, 수학, 물리학, EE) 경제학 박사 어드미션을 받는데에 경제학 학부 전공자들보다 오히려 더 유리한 편이다.

덧글

  • 2011/09/02 00: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ahh 2015/02/05 04:29 # 삭제 답글

    난아님께 질문 드립니다. 혹시 학부 전공이 Fine Art계열인 UN 직원을 만나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지금 영화, TV 관련 BFA 과정을 하고 있고 조금 늦게 UN 기구의 길을 준비하려하고 있습니다. 석사에서는 개발학 혹은 아시아 지역학을 공부하고자 합니다. 혹 관련하여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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